친구 
순진한 친구이야기입니다.

제가 중학교때 일입니다.
흔히 사춘기라고 하는 시절이라 온몸에 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든지 처음 나오는 털을 혐오할 겁니다. 그나마 가릴 수 있는 곳은 다행인데

얼굴에 나는 그것들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겁니다.
우리 아부지 면도기 들고 거울을 보면서 처음으로 면도라는 것을 했는데
면도기가 넘 잘들어서 한번에 수염이 싹 밀리는 겁니다. 우씨 .. 이렇게 좋은게 있다니 괜히 걱정했구나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데 과연 이게 성능이
어느정도일까 궁금해 졌습니다.

얼굴을 보니 수염 비슷한게 아직 있었습니다. 코밑에 있는게 아니라 코위에 있는 .. 그렇습니다. 바로 눈썹이었습니다.
살짝. 아주 사알짝 왼쪽을 밀었는데 윽.. 절반이나 밀렸습니다.
우이씨... 우짜지.... 할수없이 오른쪽도 밀었습니다. 그렇게 왼쪽, 오른쪽..
저녁때 먼지나게 맞고.. 다음날 학교갔습니다.
제짝은 유행에 죽고 사는 넘이었는데.. 날보더니.

친구 : "야 너 좀 달라진 것 같다?"
본인 : "뭘봐 임마, 보지마 임마!"
친구 : "허걱! 눈썹이 왜그래!!"
본인 : (쪽팔리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야 너 티브이도 안보냐? 요즈음 이게 유행이잖아!!"
친구 : "진짜?"
본인 : "그렇다니까? 원래는 싹 미는게 유행인데, 아부지한테 걸려서 다 못밀
었다"
친구 : (뭔가를 결심한 듯)"음...."

다음날 친구는 눈썹을 싹 밀고 왔습니다.
본인 : "헉!!!! ---"(말이 안나옴)
친구는 완죤히 웃음거리 되고 얼굴도 못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날 원망하는 그 눈빛 하지만 웃기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근데 그친구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 안나오는 겁니다. 흔히 가출이라 하지요
1주일이 지난 어느날 담임 호출..
담임 : 찾아와라.......(침묵)
본인 : 예~~~

막막했습니다. 어디부터 뒤질지
그녀석 잘가는 동시상영관도 가보고, 오락실, 만화방 안가본데가 없습니다.
"OO 야! 미안하다! 발모제 사왔떠, 1주일이면 눈썹 가르마 탈 수 있데, 중국제야!"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학교 뒷산에 올라가 한숨을 푹 쉬고 있는데, 그 구석에 텐트가 나 있는겁니다. 친구는 거기서 계속 라면먹고 세수도 안하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본인 : "야 내려가자"
친구 : "너 같음 가겠냐, 배째라"
본인 : "..."

텐트 부수고 끌고 왔습니다.
오다가 문방구에 들려 유성매직으로 눈썹 그려주었습니다.
친구의 웃는 모습이 넘 좋았습니다.
저도 좋았습니다.
제가봐도 잘그렸습니다.
우린 그 다음부터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안합니다.
그친구 눈썹 아직 안나왔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심어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