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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9:21:43 (*.109.12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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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신문 2001/04/16 (14면) 사회]
<백혈병 두살배기 김이래군 부모 애태워>
15일 오전 서울대병원 7108호실. 이래(2)군이 엄마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져 있다. 하지만 엄마 김춘화(29·대전 중리동)씨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줄 모른다.
암세포들이 이래의 몸을 무섭게 파고 들며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수구성백혈병. 혈액을 만드는 골수가 암세포로 인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이래군의 부모가 이래의 병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4월께였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첫 돌 무렵이었다. 당시 이래는 먹기만 하면 토했고 코감기를 달고 살았다. 처음에는 그저 감기려니 여겼다. 하지만 몇달동안 증세가 그치지 않아 병원에 데려가 정밀진단을 받아보니 청천벽력의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래군은 곧바로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좀처럼 병세는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병원쪽은 기존의 항암제로는 이래를 더 이상 살릴 방도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결국 병원쪽은 항암제 가운데 가장 독하다는 `아이다플래그'를 투여해야 이래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부모에게 권고했다. `아이다플래그'는 세계적으로도 지금까지 21명만 처방을 받을 정도로 독성이 엄청난 항암제이다. 국내에서도 단 6명의 환자에게만 사용됐을 뿐이다. 약독성으로 인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군의 부모는 한동안 고심하다 약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피를 말리는 나날이 이어졌다. 이래군은 잘 견뎌냈다. 병세도 상당히 호전됐다. 암수치가 26%에서 4%로 떨어진 것이다. 아버지 김남일(30·경비업체 근무)씨는 “병원에서는 이래를 `날라리' 환자라고 해요. 항암주사를 맞아도 울지도 않고 거뜬히 밥도 잘먹고 그래요”라며 이래를 대견스러워 했다. 그러나 항암치료는 이래를 살릴 수 있는 궁극적 처방은 아니었다. 골수이식만이 이래를 살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래군의 부모는 한국골수은행협회, 대만 등 해외에 이르기까지 이래군과 맞는 골수를 찾아보았지만 일치하는 골수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달초 일본에서 이래군과 유전자가 맞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는 연락이 왔다. 가느다란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는 것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8천만원이란 엄청난 수술비가 문제였다. 경비업체 직원인 이래 아빠의 월급으로는 당장 항암치료비도 힘겹다. 이미 치료비용을 대느나 진 빚만도 2천만원. 이래군의 부모는 “골수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보다 지금이 되레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어머니 김춘화씨는 “오는 26일이 이래의 두번째 생일입니다. 언제, 우리 이래에게 완치라는 선물을 줄 수 있을 지”라며 울먹였다. 엄마의 울먹거림을 들었을까. 내내 깊은 잠에 빠진 이래가 갑자기 입을 쫙 벌리며 귀여운 기지개를 폈다.(문의:018-730-0283 국민은행 838-21-0279-301 김이래)
정혁준 기자june@hani.co.kr
<사진 설명> 15일 오전 백혈병으로 입원 투병중인 김이래군이 병원 밖으로 나가놀고 싶어하자 아버지 김남일씨가 달래고 있다. 윤운식 기자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