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군생활

체력단련시간, 나는 영병장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나의 가족과 함께….
특전사! 특전부대! 입대하기 전에는 물론 입대한 후에도 내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곳이었다. 그런 내가 특전부대로 오게 될 줄이야.
전입교육을 마치고 주특기가 운전병인 나는 수송대에 배치됐다.

수송대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선 차량들과 정비고·유류고,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검은 베레 운전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살피던 내 시선이 멈춘 곳은 수송대 행정반에 붙어있는 무사고 일수 게시판이었다. 무사고 3800일! 3800일이라면 10년이 넘어 11년째. 그 오랜 기간 무사고라고? 더구나 그 무사고 일수에는 차량 운행뿐만 아니라 군무이탈, 구타 및 가혹행위, 대민피해 등의 사고도 포함된 것이라지 않는가.

전입 보름께, 아니나 다를까 나의 신병생활은 실수 연속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선임병들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선임병들이 갈수록 멀고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 같던 중 나는 공수기본교육에 입교하게 됐다.
입교 전날, 어렵기만 하던 선임병들이 나를 위해 손수 군장을 꾸려 줬다. 공수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긴장된 내 마음을 풀어줬다.

걱정하는 눈빛으로 배웅해 주던 수송대 간부님들. 나는 내가 이제 수송대의 한가족이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수기본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부대로 돌아왔을 때 선임병들은 해상훈련으로 바쁜 일과 중에도 나의 무사 복귀를 환영해 줬다.

곧 이어 찾아온 위로휴가. 선임병들은 입대 후 처음 집에 가는 나를 정성껏 꾸며 주었다. 이등병의 첫 휴가를 위해 신경을 써준 선임병들 덕분에 나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가족·친구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가족 품을 떠나 새로운 가족이 된 천마부대 수송대로 돌아오면서 수송대의 3800여일 무사고 기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생각했다. 가족·부모님 같은 간부님들과 형제 같은 선·후임병들의 관계, 바로 그것이었다.

가족의 곁을 떠나 입대한 이들의 가족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 수송대가 오랜 시간 사고가 없었던 비결인 것이다.
체력단련을 마치고 나는 오늘도 선임병들이 다리고 닦아준 특전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는다. 언젠가 나도 새롭게 가족이 되는 이들의 전투화를 닦아주리라.

〈육군특전사천마부대 김창수 이병〉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