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외롭지 않아.내가 숨을 거둘 때까지 도와주겠노라는 후배들의 손길에 그간의 어려움이 말끔히 씻기는 것 같아.정말 고마워”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반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는 6·25 참전용사 문홍택씨(72·서울거여동)는 5일 자신을 찾아온 후배장병들의 손을 꼭잡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문씨는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펼치고 있는 ‘참전 선배 종신도우미 운동’의 수혜자이다.

문씨는 6·25때 7사단 소속으로 혁혁한 전공을 올려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았지만 전장에서 입은 부상에 대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려운 삶을 이어왔다.돌봐줄 가족조차 여의치 않아 중학교를 중퇴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문씨에게 특전사 장병들이 한푼 두푼 모아 매달 보내주는 30만원과 틈틈이 보여주는 따뜻한 관심,장례식까지 책임져주겠다는 든든한 약속은 그간 사회의 무관심을 보상하고 남을 만큼 큰 선물이었다.

문씨처럼 특전사 장병들의 정성어린 도움을 받고 있는 참전 용사들은 54명.특전사는 지난해 1월부터 매월 중사 이상 전 간부들이 월급의 5% 정도를 모아 조성한 1억9380만원으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거나 생계가 곤란한 참전용사들에게 월 10만∼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특전사 관계자는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나라를 위해 싸웠던 선배전우들의 어려운 형편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지난해 6월 작고한 박종순씨(81·예비역대위)의 경우에는 장례식에 병력과 차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출처 : 국민일보 2002/06/05
<최현수기자 hschoi@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