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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0 10:10:10 (*.69.196.91)
589
사냥, 이제 멈춰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진 지 열흘이 지났다. 그의 혼백이 한줌 재로 사라졌는데도 적잖은 국민이 그날의 충격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잃고 난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미련한 습관을 숙명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살아간다.
설령 노 전 대통령을 마음 깊이 흠모하지 않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애석할 수밖에 없다. 보통의 가장이 삶을 등져도 짠한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대통령을 허무히 잃고서 애통해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게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의 자결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상실이다. 국가 위상의 추락, 국가원로로서의 활용 가치의 손실, 국민의 정신적 충격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게임 프로그램을 리세팅 하듯 그의 자결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누구도 원망 말라 했건만>
그는 왜 세상을 등졌을까. 심적 고통이 오죽 했을까만 그래도 노무현이 누군가. 온갖 난관을 낙관과 소신으로 이겨낸 사람 아닌가. 그런 그의 자결이기에 그 까닭에 관한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름의 짐작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결을 두고 몇몇 보수논객들처럼 내키는 대로 단정하는 건 무례하고도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편견과 아집이 세를 좌우하는 지금의 풍토에서 역사적 인물의 고뇌어린 결단을 함부로 해석하는 건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자결 이유를 유서에서 찾는다. 그는 유서에 '슬퍼하지 말라, 미안해하지 말라, 원망하지 말라'고 썼다. 뒤집어 말하면 그는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누군가를 원망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의 짐작대로 남겨진 사람들은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세상을 끝내기 위해 벼랑에서 몸을 던졌으리라 본다. 그런데도 남겨진 사람들은, 심지어 노무현을 사랑한다는 사람들마저도 그의 유지를 외면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의 자결은 헛된 것이 된다.
그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몬 건 '증오'라 여긴다. 그 증오의 본질은 '탐욕'과 '열등감'일 것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별없는 탐욕,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은 상대방도 갖춰선 안된다는 열등감. 이런 질환들이 다스려지고 치유되지 않고서는 노무현이 꿈꾸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대통령의 자결, 헛되지 않게>
항상 그렇듯 남은 과제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이제 마음을 추스려 전직 대통령의 자결을 의미롭게 만들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었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에서 우리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여권은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수사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 방법이나 범위가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시각이 국민들 사이에 엄존한다. 측근이나 주변 등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사정의 칼날이 샅샅이 파헤친 정황은 정치 보복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형평성도 틀어진 데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수사가 이어지다보니 국민 다수는 정치적 사냥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악순환으로 이어질 그런 사냥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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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이긴 하지만 광남일보의 전세종이라는 제 친구가 쓴글이기도 하고 49제를 맞기도 한 시점이어서 옮겨 보았습니다. 다시한번 그분을 떠올려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진 지 열흘이 지났다. 그의 혼백이 한줌 재로 사라졌는데도 적잖은 국민이 그날의 충격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잃고 난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미련한 습관을 숙명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살아간다.
설령 노 전 대통령을 마음 깊이 흠모하지 않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애석할 수밖에 없다. 보통의 가장이 삶을 등져도 짠한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대통령을 허무히 잃고서 애통해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게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의 자결은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상실이다. 국가 위상의 추락, 국가원로로서의 활용 가치의 손실, 국민의 정신적 충격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게임 프로그램을 리세팅 하듯 그의 자결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누구도 원망 말라 했건만>
그는 왜 세상을 등졌을까. 심적 고통이 오죽 했을까만 그래도 노무현이 누군가. 온갖 난관을 낙관과 소신으로 이겨낸 사람 아닌가. 그런 그의 자결이기에 그 까닭에 관한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름의 짐작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결을 두고 몇몇 보수논객들처럼 내키는 대로 단정하는 건 무례하고도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편견과 아집이 세를 좌우하는 지금의 풍토에서 역사적 인물의 고뇌어린 결단을 함부로 해석하는 건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의 자결 이유를 유서에서 찾는다. 그는 유서에 '슬퍼하지 말라, 미안해하지 말라, 원망하지 말라'고 썼다. 뒤집어 말하면 그는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누군가를 원망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얘기다. 그의 짐작대로 남겨진 사람들은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세상을 끝내기 위해 벼랑에서 몸을 던졌으리라 본다. 그런데도 남겨진 사람들은, 심지어 노무현을 사랑한다는 사람들마저도 그의 유지를 외면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의 자결은 헛된 것이 된다.
그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몬 건 '증오'라 여긴다. 그 증오의 본질은 '탐욕'과 '열등감'일 것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분별없는 탐욕,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은 상대방도 갖춰선 안된다는 열등감. 이런 질환들이 다스려지고 치유되지 않고서는 노무현이 꿈꾸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대통령의 자결, 헛되지 않게>
항상 그렇듯 남은 과제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이제 마음을 추스려 전직 대통령의 자결을 의미롭게 만들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었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에서 우리 모두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여권은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수사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 방법이나 범위가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시각이 국민들 사이에 엄존한다. 측근이나 주변 등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사정의 칼날이 샅샅이 파헤친 정황은 정치 보복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형평성도 틀어진 데다 명분도 실익도 없는 수사가 이어지다보니 국민 다수는 정치적 사냥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악순환으로 이어질 그런 사냥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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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이긴 하지만 광남일보의 전세종이라는 제 친구가 쓴글이기도 하고 49제를 맞기도 한 시점이어서 옮겨 보았습니다. 다시한번 그분을 떠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